Mark Bradford: Keep Walking
장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간: 2025. 8. 1 – 2026. 1. 25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주요 명절 휴관)
전시 개요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Mark Bradford: Keep Walking〉 전시가 진행중입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 회고전으로, 지난 20여 년간의 작업을 총망라한 약 40여 점(회화·설치·영상 포함)으로 구성된 대규모 전시이죠.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특히 신작 시리즈 〈Here Comes the Hurricane〉(2025) 이 최초 공개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2025년을 마무리하고 2026년을 맞이해야 하는 이 시점에 꼭 추천하고 싶은 전시입니다.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는 누구인가
브래드포드는 1961년 LA 사우스 센트럴에서 태어나, 어머니가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자란 경험과도시에서 주웠던 포스터·전단지·신문지 같은 ‘부산물’을 재료로 삼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브래드포드는 이 같은 재료를 겹겹이 붙이고 긁고 찢고 다시 구성하는 콜라주와 마찰(abrasion) 기법으로 화면을 구축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도시의 흔적, 보이지 않는 공동체의 역사, 인종·계층·젠더 문제 등 사회적 현실을 추상적 화면 속에 깊이 새겨 넣습니다. 그는 이를 스스로 “Social Abstraction(사회적 추상)”이라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전시에서 느낀 인상적인 포인트
1. 걷는 회화—작품 속을 걸어 들어가는 경험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몇몇 설치 작품이 관객이 직접 작품 위를 걷거나, 사이를 통과해야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평면 회화를 벽에 걸어놓고 감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업이 되어, 관객의 몸이 작품의 일부처럼 흡수되는 느낌이 듭니다. 전시 제목인 Keep Walking이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정말로 "걸음" 자체가 작품 감상의 중요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직접 체감할 수 있어요.

‘폐기물’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기억
브래드포드가 사용하는 종이는 대부분 도시에서 버려진 것들입니다. 하찮고 무가치하게 버려진 포스터 조각들이 수십 겹으로 쌓였다가 긁히고 찢어지면서 다양한 결의 층위가 드러나는 순간, 그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사람들의 흔적을 품은 지층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특히 화면 속에서 사라진 커뮤니티의 목소리, 흔적, 부스러진 삶의 조각들을 작가가 다시 ‘붙여놓고’, ‘긁어내고’, ‘드러내는’ 과정이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기억을 구출해내는 행위처럼 느껴졌어요.
추상인데,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메시지
추상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보고 있으면 도시의 소음, 폭력, 분리, 재개발의 상처, 브래드포드가 겪어온 정체성의 무게 등이 아주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 무게감이 단순히 어둡거나 우울한 분위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더 걸어갈 수 있다”는 어떤 생의 의지가 느껴지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그의 작품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었는데 이 작품은 미국 도시 개발의 현실, 자본주의 권력 구조, 인종과 계층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대형 추상 회화로 "조니가 집을 산다(JOHNNY BUYS HOUSES)"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부동산 투기와 도시 변화의 이면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이면과도 비슷한 부분이 닿아있다고 느껴서인지 한참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신작 〈Here Comes the Hurricane〉의 에너지
이번 서울전에서 공개된 신작 시리즈는 이름처럼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압도적 시각 경험을 줍니다. 층위를 찢어내고 다시 올린 흔적들이 혼란·재난·도시의 재구성과 붕괴라는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어딘가에서 다시 시작하려는 힘을 담고 있었어요.

'타오르는 피노키오'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설정을 뒤집어 진실과 거짓, 사회적 시선, 정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거짓말이 아닌 '진실'이 불타는 상황을 통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어려운 일인지, 혹은 진실이 어떻게 훼손되고 재구성되는지를 시사합니다. 저는 무엇보다 음악에 우선 매료되었는데요. 작품을 다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 인상에 남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x1ZuDILt-c
전시의 핵심 메시지와 감상 포인트
-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걷는’ 경험
- 폐기물에서 피어나는 도시의 기억
- 정체성과 저항의 미학
- 공간 전체가 작품이 되는 immersive한 구성
추상, 정치, 몸의 체험이 한 전시에서 이렇게 선명하게 만나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추상이 이렇게 현실적일 수 있다는 걸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걷고, 몸으로 느끼고, 각자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는 전시이니 올해 꼭 미술관으로 향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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